가족복지정책의 개념적 이해

1. 가족 복지정책의 개념적 이해

1) 가족 복지정책의 정의와 특징

가족정책이란 가족 전체의 기능 강화와 안정 도모 그리고 개별 구성원의 복지 증진을 궁극적인 목표로 설정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범국가적 차원의 조치이다. 가족정책은 사회변동과 가족 변화에 대응하여 개별 가족 구성원이나 가족 전체의 복리를 증진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kamerman & kahn, 1988).

 

가족정책의 궁극적 목표가 가족의 복지를 향상시키는 것인 만큼 가족정책과 가족 복지정책의 개념적 구분이 명확하지 않으며 한국에서 가족정책과 가족 복지정책 간 개념적 합의 없이 두 용어가 혼재되어 사용되어 오고 있다(최성숙 외, 2020). 가족정책은 국가가 원하는 사회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가족의 기능이나 역할에 의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다양한 사회환경의 변화로 인해 가족의 역할 및 기능이 한계에 도달했을 때 국가가 이를 사회적으로 분담하고 조정하려는 대응책이다.

 

유사한 맥락에서 짐머맨(Zimmerman, 2001)은 가족정책을 ‘가족복지의 극대화를 목적으로 하는 정책’이라 정의하고 임금, 고용, 빈곤, 교육, 출산, 혼인, 삶의 질 등 가족이 사회에서 겪는 다양한 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룬다고 하였다. 이처럼 가족정책의 궁극적인 목표가 가족의 복지를 향상시키는 것인 만큼 가족정책과 가족 복지정책의 개념적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 가족정책은 사회정책의 하위개념으로서 위상을 지니며, 개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사회복지정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특히 오늘날 거의 모든 사회복지정책이 가족에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가족정책과 가족 복지정책을 구분하기란 더욱 어려운 일일 것이다. 한국에서 가족정책과 가족 복지정책 간 개념적 합의 없이 두 용어가 혼재되어 사용되고 있다.

 

가족복지 혹은 가족 복지정책의 개념은 20세기 초중반 유럽에서 논의되기 시작했다, 초기의 가족정책은 국가가 아동 및 가정의 복지향상을 위해 어떤 법과 제도를 도입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정책 담론에서 형성되었다. 이후 20세기 후반에 인구·사회적 전환과 함께 사회제도로서의 가족의 기능과 가족 구성원들의 역할 변화로 가족정책 수립의 중요성이 강조되었다. 한국에서 가족정책에 대한 학문적 논의는 1990년 중반 외국의 가족정책이 소개되면서 전개되기 시작했다. 이중 가족정책의 개념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캐머먼과 칸(kamerman & kahn,1978)이 제시한 정의가 보편적으로 인용되고 있다. 이들이 정의한 가족정책이란 “가족을 대상으로, 가족을 위해 행하는 모든 활동이 매우 광범위하다는 특징을 가진다.

 

캐머먼과 칸(kamerman & kahn,1978)은 가족정책의 개념을 세 가지 차원에서 제시하고 있다, 첫째, 가족정책은 하나의 분야로서 출산율 제고, 이동복지 증진, 자녀 양육 부양 감소, 양성평등 실현 등의 가족 관련 목표를 설정하고, 이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다양한 구체적인 정책과 조치들이 취해진다. 둘째, 가족정책은 다른 사회정치적 목표를 위한 수단으로 볼 수 있다. 국가는 가족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특정 정치적·사회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가족의 변화나 협조를 요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여성의 경제활동을 촉진하는 노동정책이나 출산율 제한 혹은 장려하는 인구정책은 가족과 구성원들에게 직간접으로 영향을 미치는 가족정책이며, 이처럼 가족정책은 다른 사회정책 영역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 가족정책의 개념은 사회정책을 결정하는 관점이나 기준으로 이해할 수 있다. 사회정책을 결정하고 그 효과성을 평가하는 데 있어서 가족복진 증진이 고려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명시적인 가족 복지정책이 부재한 경우, 다양한 정책적 시도가 가족기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확인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2) 가족 복지정책의 범위와 분류

(1) 협의적 관점과 광의적 관점

가족정책은 크게 정책의 목표와 효과에 따라 분류할 수 있는데, 먼저 가족의 복지향상이라는 목표를 분명히 표명한 명시적이고 명백한 가족정책, 그리고 정책의 결과가 계획한 바에 따라 가족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는 의도적이고 직접적인 가족정책이 있다.

협의적 관점에서의 가족 복지정책은 이처럼 원활한 가족기능 수행과 복지 증진을 위해 가족 구성원 개인이나 가족 전체를 지원한다는 목적하에 의도적이고 명시적으로 고안된 조치나 행동을 가리킨다. 이에 반해 정책의 목표가 가족의 안녕과 복지를 위한 것임을 묵시적(implicit)·잠재적(latent)으로 명시하거나, 가족에 대한 정책적 효과가 간접적이고 의도하지 않았던 결과를 가져오는 가족정책도 있다. 이러한 광의적 관점에서의 가족 복지정책은 가족기능의 원활한 수행을 위한 조치뿐 아니라 정책의 수립이나 수행 단계에서 계획·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가족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까지도 포괄한다. 이러한 일련의 정책을 묵시적 가족 복지정책 혹은 가족에 영향을 미치는 관점을 지닌 정책이라 말한다. 최저임금제도는 가족복지 향상을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저소득 가정에 대한 지원을 통해 간접적으로 구성원들의 삶의 질이 향상되는데 이바지할 수 있는 가족정책이라 할 수 있다. 이 외에도 보건의료, 주택, 빈곤, 사회부조, 공공부조, 약물남용, 실업 관련 정책 또한 가족 단위를 정책 대상으로 하거나 궁극적으로 가족의 안녕과 복지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면 묵시적 가족 복지정책으로 볼 수 있으며, 이들은 모두 가족 복지정책의 광의적 범주에 해당한다.

(2) 가족정책 체제에 따른 분류

고티어는 20세기 말 산업국가에 나타난 가족에 대한 공적 개입의 정도 및 종류를 중심으로 가족정책 체제(family policy regime) 유형을 도출하였다. 구체적으로 국가적 차원의 개입으로서 가족에 지급된 현금 급여 수준과 취업한 부모에 대한 제도적 지원 정도를 검토하여 산업 국가에선 나타나는 가족정책 체제를 제시하였다. 그 유형으로는 사회민주주의 체제, 보수주의 체제, 남부유럽 체제, 자유주의 체제가 있으며, 이는 에스핑-앤더슨(Esping-Anderson, 1990)의 복지국가를 유형화한 연구를 기반으로 한 것이다.

(3) 정책목표에 따른 분류

2000년 이후 가족정책은 국가의 복지정책 체제에 따른 유형화 이상으로 더욱 세분화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었다, 가족의 모습과 가족을 둘러싼 사회환경이 변함에 따라 가족 복지정책에 대한 이해가 달라진 것이다.

 

2. 가족 복지정책의 대상

가족 복지정책의 대상 범위가 다양하며 대상에 따라 욕구와 문제가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구체적인 지원 내용이나 방식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족에게 사후적으로 접근할 것인가 혹은 예방적 차원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적 방식을 추구할 것인가? 가족에 대한 정책적 지원은 구성원 개인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인가 혹은 가족 단위 전체는 대상을 이루어질 것인가? 이러한 질문들에 답하기 위해서는 가족 복지정책의 대상에 있어서 가족의 구조·생활주기·기능에 따른 구분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고, 이에 따라 다른 욕구나 문제들을 반영할 수 있는 차별화된 가족 복지정책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

 

현대사회 가족은 다양한 형태로 출발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의 인구학적 변화, 개인주의·다원주의의 문화적 변화를 인해 전통적인 핵가족의 모습 외에도 여러 형태의 가족이 나타나고 있다. 구체적으로 한부모가족, 미혼모가족, 무자녀가족, 이혼가족, 재혼가족 등과 같은 가족 구조적인 변화, 출산이 아닌 입양에 의해 형성된 입양가족과 인종 및 문화가 서로 다른 구성원들로 이루어진 다문화가족과 같이 가족 구성원들의 변화, 동거가족, 성 소수자 가족, 공동체 가족 등과 같이 개인의 자율성과 평등적 관계를 지향하는 인식의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한부모가족, 다문화가족, 동거가족의 강점들과 당면한 문제들이 각각 다른 만큼 가족 복지정책 수립에 있어서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하는 가족 형태를 포용하고 개별적 욕구에 맞는 개입에 대해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