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복지론-가족에 대한 이해

가족복지론은 먼저 가족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인류 역사의 초기부터 대부분의 개인은 가족이라는 사회집단에 소속되어 있었으며, 개인에게 가족의 중요성과 영향력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가족은 개인의 생물학적 조건뿐만 아니라 성격에서부터 개인의 사회경제적 삶의 대부분을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족은 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단위이며 인간이 만든 제도 중 가장 오래된 것이다. 가족제도는 가족생활과 관련된 사회구성원들의 행동 방향을 제시하며 여기서 벗어난 행동에 대해서는 제재를 가함으로써 개인을 규제한다. 가족제도가 담고 있는 가치체계나 규범이 흔들리면 가족제도의 규제 기능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게 되며 결국 새로운 제도로 대체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가족은 그 유형이나 구조, 기능 등 여러 측면에서 사회변동과 궤를 같이하면서 지속해 변화됐다.

 

 

 

1. 가족에 대한 정의

가족은 우리에게 매우 친숙하고 가까운 존재이지만 사실 가족을 정의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산업사회의 기능적이던 핵가족 외에도 결혼과 관계없이 살아가는 동거가족, 자발적 무자녀 가족, 노인으로만 구성된 노인가족, 성소수자 가족, 독신가구 등 다양한 가족이 등장하면서 더 이상 정형화된 가족이 존재하지는 않는 오늘날 가족에 대한 정의는 더 어렵게 되었다. 전통적으로 가족의 기본 요건으로 간주하던 혈연관계는 더 이상 현대 가족을 이루는 조건이 되지 않는다.

 

1) 전통적 가족의 정의

가족에 대한 전통적 정의는 문화인류학자인 머독의 정의를 들 수 있다. 그는 250개의 민속지학적 연구보고서 분석을 통해 가족이란 공동거주, 경제적 활동 및 출산을 특징으로 하는 사회집단으로 성적 관계를 사회적으로 인정하는 최소한 두 명의 성인남녀와 한 명 또는 그 이상의 친자녀 혹은 입양된 자녀로 구성된다고 정의하였다(Murdock, 1949). 머독의 이론에서 주목할 부분은 핵가족을 보편적이며 필수 불가결한 가족 유형으로 보았다는 점이다. 전통적인 가족의 정의에 따르면 가족이란 혼인, 혈연, 혹은 입양을 기반으로 형성되어 강한 정서적·정신적 유대를 가지며, 의식주를 공동으로 해결하는 공동체적 생활방식과 공통의 문화를 갖는 집합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가족은 흔히 부와 모, 자녀 또는 그와 유사한 지위를 갖는 자들로 구성되며, 자녀 양육과 배타적인 부부관계 등을 중심으로 강한 일체감을 형성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2) 현대 가족의 정의

현대사회에서 보이는 다양한 가족 유형은 혈연관계 외에 생활 속에서 우리가 사람들에게 가지는 친밀함과 애착심 또한 가족의 정의 중요한 기준이 되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정의는 가족을 의미할 때 구조보다는 관계의 질과 의미를 더 중요한 요인으로 보았다는 점에서 전통적 정의와 차별화된다. 미국 사회복지사협회는 가족을 자신들 스스로가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전형적인 가족 임무를 수행하는 2인 이상의 사람들이라고 규정하였다. 현대적 가족의 정의는 개념적으로는 가능할 수 있지만 이 정의를 따르면 가족과 사회의 다른 조직체들과의 경계가 모호해질 뿐만 아니라 범주가 지나치게 넓어 가족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가족 복지정책에서 채택하기에는 현실성이 없다는 한계가 있다. 가족 복지정책이 가족기능을 지원하는 데에 목적이 있다면 결국 가족기능 수행 여부에 따라 가족 범주를 한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 사회변동과 가족의 변화

1)  가족관계의 변화

여성의 경제력 확보는 부부관계의 평등성을 추구하게 되고,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는 가정 내 역할 재분담을 불가피하게 하였다. 가사노동을 재조정하게 되면서 가사노동 공유가 늘어나 가 더 나아가 남녀 역할 분담이 재편되어 가사를 전담하는 주부(househusband)라는 개념이 등장하고 있다. 부부의 평등한 관계는 친족관계에도 영향을 미쳐 부 체제의 친족관계 중심에서 부모 양 체제로의 변화를 거쳐 미세하나마 모계 중심의 친족관계로 이행하는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개인주의적 경향이 강하고 탈권위적인 가치관을 가진 자녀 세대는 부모와의 관계에서 복종적이기보다는 자율적이며 독립적인 평등한 관계를 원하게 되었다. 부모와 자녀 관계에서 자녀 세대가 추구하는 자유, 상호 간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인정하지 못하게 되면 가족관계에 심각한 갈등이 야기되기도 한다. 또한 생산양식이 고도의 기술 집약산업과 정보화 산업으로 이행되면서 지식 순환이 급속히 발라지고 그에 따라 부모의 지식과 경험이 자녀에게 더 이상 쓸모없게 되면서 부모의 권위는 급속히 감소하였다.

평등한 부부관계, 자녀에 대한 부모의 권위 약화 등은 가족 상호 간 자율성을 인정하는 민주적인 가족관계를 의미하지만 동시에  끈끈한 유다와 강한 결속이라는 전통적 가족관계는 느슨해지고 사라짐을 의미한다. 이러한 이유로 자녀에 대한 부모의 희생과 자녀에게 의지하는 노후생활도 대변되는 산업사회의 가족관계가 현대사회에서도 변함없이 지속될 것으로 보기는 어렵게 되었다.

 

2) 정보화 사회와 가족 다양화

산업화가 진행되어 후기 산업화 단계를 거쳐 오늘날의 정보화 사회를 진입하면서 가족은 산업화 시기와는 또 다른 모습으로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변화의 핵심은 가족 유형의 다양화와 1인 가구의 급증세이다.

산업 시대에 정형적 가족으로 간주하던 핵가족 외에 재혼가족, 노인가족, 한부모가족, 다문화 가족, 성소수자 가족들 다양한 가족 유형이 공존하게 됨에 따라 가족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오늘날 가족을 정의한다는 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데에 이견이 없다. 산업화 시대 경제구조에서 지식기반 산업으로의 이행, 신자유주의에 확산과 같은 경제적 요인으로부터 개인화의 진전과 그로 인한 자아 욕구 충족 등 심리적 요인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며, 이 요인들은 상호 얽혀서 개인의 가족구성 행동에 커다란 변화를 불러왔다.

가족주의의 약화와 개인화의 진전은 가족 가치보다 자신의 독립과 개성을 실현하려는 다수의 개인을 등장시켰다. 자의식이 강하고 자신의 내면적 욕구에 민감한 주체적인 개인이 증가하게 되면서 출생, 양육, 교육, 직업, 노후 부양 등 생애 전 과정 개인 행위를 규정해 온 가족주의와 가장 중심성은 점차 약화하고, 그 결과 가족은 개인의 생존을 담보해 주는 최적의 장소로서의 의미를 상실하기 시작했다.